"2억이면 방 3개짜리도 구할 수 있었는데…" 신혼부부 눈물

입력 2023-01-19 07:47   수정 2023-01-19 08:48


"신혼 전셋집으로 빌라를 알아보다 아파트로 돌아섰습니다. 아파트로 가면 공간은 더 좁겠지만, 예비 신부와 가족들의 거부감이 너무 컸습니다."

오는 3월 결혼을 앞둔 백모(34)씨는 최근 강서구 가양동에서 신혼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2억5000만원에 방 2개와 거실이 딸린 전용 49㎡ 이상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화곡동이나 신월동 빌라 전세를 알아봤다. 그의 예산이면 깔끔하게 수리된 방 3개짜리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곡동 빌라왕' 사건이 알려지면서 급하게 계획을 변경했다.

1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발생한 전세금 미반환 사고는 737건에 달한다. 이는 서울 전 지역 사고의 41%에 해당한다. 특히 수도권 빌라·오피스텔 1139채를 보유한 이른바 '빌라왕' 김모씨가 숨지면서 전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화곡동 빌라에 전세를 살았다간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는 공포가 번지면서 가양동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화곡동과 거리가 멀지 않으면서 빌라 전세와 비슷한 2억원 안팎의 보증금으로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형 면적 위주인 가양동 '가양성지 2단지', '가양강변 3단지'가 인기다.

화곡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빌라에서 전세 만기가 다가온 세입자들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지 물어보면 10명 중 7~8명은 갱신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며 "추후 계획을 물어보면 가양동 아파트 전세를 구하겠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곡동 빌라 전세 세입자 상당수는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이라며 "이들의 예산은 보통 2억원 초중반인데, 이 가격에 화곡동에서 아파트 전세를 구하기 어렵다. 근처에서 예산에 맞는 아파트를 찾다 보니 가양동이 떠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중개사들에 따르면 화곡동에서는 2억원 정도로 깔끔하게 인테리어된 방 3개짜리 빌라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방 2개짜리 가양성지 2단지 전용 39㎡의 전세 호가는 1억9000만원부터 시작한다. 가양강변 3단지 전용 39㎡ 전세 호가도 2억원부터 형성됐다. 이들 단지 전용 34㎡ 전세는 1억원대 중반에도 찾아볼 수 있다. 화곡동 방 3개짜리 빌라 전세와 가양동 방 2개짜리 아파트 전세 시세가 비슷하다. 빌라보다 좁고 낡은데다 방도 줄어드는 셈이다.

가양동에서도 화곡동 세입자 유입을 체감한다는 중개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전세 사기 공포 때문에 더 낡고 좁은데다 보증금마저 비싼 아파트로 이사를 감수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깔끔한 물건'만 찾는 이들도 늘었다고 한다.

가양동의 개업중개사는 "상담 온 손님에게 지금 어디 사시느냐고 물어보면 화곡동이라 답하는 경우가 많다"며 화곡동 세입자가 가양동에 유입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강남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어 젊은 층의 선호도가 높은 지하철 9호선이 다니기에 다른 지역보다 더 주목받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근의 다른 개업중개사는 "화곡동과 신월동에서 상담 오는 분들이 많아졌다"면서도 "이들이 찾는 매물은 대출 없는 아파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양동 아파트 전세가율이 40%대에 불과하다보니 약간의 근저당은 큰 문제가 안 된다. 그럼에도 전세를 구하는 분들은 (근저당이 있는 매물을) 아예 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런 분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도 필수적"이라며 "세입자들 사이에 높아진 전세 사기 공포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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